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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 비움 속의 중심을 담다.– 한국의 미 시리즈-02

by gview140226 202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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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의 고운 달 항아리



🌫️ 1. 흰빛의 깊이, 말 없는 울림,백자는 말이 없다. 

꾸밈이 없고 장식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백자는 오히려 더 큰 소리를 냅니다. 그 소리는 시끄럽지 않지만 깊고 단단합니다. 백자의 흰빛은 단순한 색이 아닙니다. 하얗다는 것은 모든 색을 포용한다는 것이며,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음으로써 중심을 이루는 색입니다.
고요한 물살처럼 매끈한 곡선, 눈처럼 부드러운 질감, 정제된 비례 속에서 백자는 존재합니다. 마치 무심한 듯 그 자리에 놓여 있는 백자는 오히려 공간을 채웁니다. 그것은 비움이 곧 채움이 된다는 한국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상입니다.
백자의 아름다움은 감상보다 경험에 가깝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아야 그 빛의 깊이를 알 수 있고, 손에 쥐어야 그 무게의 온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거리를 두지 않고 마주할 때 비로소 느껴지는 감동. 그 속엔 시대를 관통하는 무언의 언어가 담겨 있습니다.


🧂 2. 쓰임을 위한 조형, 일상의 철학,백자는 장식품이 아니다. 

원래는 쓰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였습니다. 찻잔, 밥그릇, 물병, 약사발. 백자는 일상을 담기 위한 그릇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쓰임은 단순히 음식이나 물건을 담는 기능적 도구가 아니었고, 거기엔 한국인의 삶과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백자는 결코 자신을 먼저 드러내지 않습니다. 안에 담기는 것을 돋보이게 하고, 사용하는 사람의 품을 넓혀줍니다. 그것이 진정한 그릇의 역할임을 백자는 알고 있습니다. 겉모습보다 내면을 중시하는 문화, 과시보다 내실을 따지는 미감. 백자는 이 모든 것의 결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그리고 오래 쓸수록, 시간이 흘러갈수록 백자는 더 깊어지고 단단해집니다. 때로는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색이 변하고, 자국이 남습니다. 그러나 그 흔적이야말로 백자가 살아 있는 증거입니다. 오랜 사용 속에 빚어진 세월의 무늬. 우리는 그것을 ‘품격’이라고 부릅니다.


🧘‍♀️ 3. 조용한 중심,현대인의 삶은 시끄럽고 빠르다. 

그러나 백자는 여전히 조용한 중심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지친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비워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그때 백자는 말없이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과하지 않은 아름다움, 기능과 미의 균형, 오래 볼수록 정드는 절제된 조형. 백자는 여전히 지금의 삶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백자를 모티브로 한 생활 도자와 인테리어 제품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흰빛과 단순한 형태, 은은한 광택은 미니멀 라이프에 어울리는 심미적 자산이 됩니다. 백자는 예술품이 아니라 ‘살아 있는 미학’이다. 주방에서, 거실에서, 책상 위에서 백자는 일상의 리듬에 조용히 스며듭니다.
우리는 백자를 통해 배웁니다.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조금은 덜어내고, 조금은 기다리고, 조금은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는 것을. 조용함이 곧 강함이 되고, 비움이 곧 중심이 된다는 것을...


📌  Gview

   "백자는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침묵은 곧 품격이고, 그 흰빛은 곧 삶의 깊이입니다. 오늘, 당신의 삶에도 백자의 한 조각이 놓여 있기를."


📌 다음 글 예고: 《한복, 흐름이 말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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